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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9 14: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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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책공방책학교 _ 특별워크샵


2017 제2기 책공방책학교

제8강 특별워크샵Ⅲ 책의 다양성과 물성의 이해 _ 김진섭


진정 좋은 책을 만드는 첫 걸음은 나의 정체성이 담긴 삶을 살아가는 것


책공방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책은 가죽을 이용한다. 오늘 우리가 만들 책도 가죽표지를 이용한다. 책공방에서 책에 가죽을 사용하는 이유는 히스토리 앤 오리지널리티 때문이다. 물론 가죽으로 만든 책이 가장 최초의 책은 아니지만 지금의 책이 가진 여러 가지 특성들을 가진 책은 양피지로 만든 책의 형태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책공방에 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와 함께 가죽으로 된 책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수업은 가죽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미리 준비해 둔 표지용 가죽을 보여주시며 그 가죽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여러 단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양털을 벗기고 가죽을 고정한 후 하는 무두질 작업부터 스킬 작업, 가죽을 세는 ‘평’이라는 단위, 염색하는 과정과 염색이 유명한 지역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선생님은 자신이 보고 느꼈던 다양한 문화를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애쓰셨다. 물론 선생님의 이야기만으로 선생님이 보고 느꼈던 것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그 과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 지역으로 여행을 가서 그 장면을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가죽은 가방을 만드느냐, 옷을 만드느냐, 카시트를 만드느냐에 따라 용도별로 다 다른 가죽을 주로 이용하는데 좋은 가죽은 경질화는 되어도 터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일 터인데 그 이야기가 유독 귀에 들어왔던 것은 그 이야기가 내게는 좋은 것들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힘을 실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숨죽여 손을 분주히 움직였다면 오늘은 책공방의 오리지널 사운드가 울려 퍼질 예정이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원하는 가죽을 하나씩 선택하고 표지용 종이 두 장과 책등용 종이 한 장씩을 받아들었다. 가죽도 표지용 종이도 미리 재단작업을 해놓았고 책등만 자신의 책 등 사이즈에 맞게 재단을 하면 되었다. 무언가를 자르는 일에 우리는 너도나도 자연스레 신중해졌다. 그것은 한 번 자르고 나면 그 뒤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분의 종이가 준비되어 있기는 했지만 사람 마음이 한 번에 잘 하고 싶은 마음인 것은 다 마찬가지라 다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신중을 기했다. 종이를 자른 뒤에는 가죽에 풀칠할 부분 즉 종이를 붙일 곳을 표시했다. 가죽에 볼펜으로 표시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낯설었고 자꾸만 움직이는 가죽 때문에 이 또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진 시작에 불과했다.



가죽에 풀칠할 위치를 표시하고 종이를 붙인 다음에는 일명 ‘싸바리’작업이 진행되었는데 이 작업은 난이도 별 다섯 개 중에 다섯 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표지용 가죽의 네 면을 모두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감싸주어야 하고 특히 모서리 부분을 조금 잘라내어 송곳과 망치를 이용해 깔끔하게 안으로 넣어주고 평평한 면처럼 납작하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가죽의 재질에 따라 어떤 가죽은 잘 되기하고 어떤 가죽은 전혀 숨이 죽지 않아 저 마다 진땀을 빼야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도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망치소리, 잘 되었을 때의 환호 등 이것이야말로 책공방의 오리지널 사운드가 아닐까 싶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보기 좋았던 것은 각자 자신의 것에만 신경을 쓰기보다 주변의 친구들이 어려워하면 서로 각자가 조금이나마 터득한 느낌이나 비결을 옆 친구와 같이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에 책공방은 약 한 시간동안 오리지널 사운드가 울려 퍼지고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싸바리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은 우리의 모습처럼 얼핏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제각각 다른 모습이었다.



혹독한 싸바리 작업 이후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금박작업이었다. 이 작업 또한 난이도가 꽤 높은 작업이다. 책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삐긋하면 그것이 고스란히 결과물에 반영되어 티가 나고 만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금박작업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책의 표지가 거의 완성된 이후에 진행하는 이 금박작업은 마치 화룡정점과 같다. 여기서 사고가 나게 되면 표지 작업을 새로 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도 선생님도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과정인데 오늘은 선생님께서 컨디션이 좋으셨는지 단 한 사람의 불량도 없이 모두 알맞은 위치에 알맞은 강도로 압이 들어가 예쁜 글씨가 새겨졌다. 금박작업 이후에 속지와 표지를 결합하는 과정이다. 등산으로 치자면 정상이 진짜 코앞에 와 있는 것이다. 속지의 앞뒤를 잘 확인하고 표지에 맞춘 뒤 한 쪽씩 풀칠을 해서 붙인 뒤 그대로 뒤집어 반대쪽에도 같은 방법으로 풀칠을 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기도 했고 이 쯤 되니 다들 긴장이 풀려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았는지 다들 빠른 속도로 작업을 진행했다. 어제 오늘 고생고생하며 만든 책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각자의 소중한 손길이 담긴 스무 권의 책을 압착기에 넣었다. 이렇게 정성을 담아 책을 만들다 보니 다들 아까워서 이 책을 어떻게 쓰냐며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성을 담아 만든 책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은 고이고이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이야기를 투박하더라도 열심히 기록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나의 보물을 대하는 자세, 나의 보물을 더 빛나게 하는 방법, 진정한 나의 보물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책공방이 내려 온 지 5년이 되어가고 그동안 선생님 수 없이 했던 이야기가 완벽하진 않지만 점점 모습을 갖춰가는 듯하다. 선생님은 그동안 우리가 왜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책공방에서 책을 만들자고 하는 이유는 크게 우리가 좀 더 우리답게 우리 자신답게 살기 위함이다. 오늘 우리의 손끝에서 우리의 결과물이 나왔듯 우리의 손끝에서 우리의 이야기도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지역, 다른 곳은 몰라도 적어도 책공방이 있는 지역, 책공방이 있는 곳에서 만큼은 사람들이 나만의 손맛, 나의 정체성, 나의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그런 결과물을 만들고 그런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선생님은 오랫동안 꿈꿔 왔고 이야기했고 기록했었다. 그리고 조금씩 그 바람들이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나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첫 걸음은 바로 나를 기록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책을 만들기 전에도 ‘기록하라’는 이야기를 하시며 책 만드는 스킬에 신경 쓰기보다는 이번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바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오늘 만든 책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를 강조했던 것이다.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남들과 같지 않은 나의 정체성이 담긴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 좋은 책을 만드는 첫 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무엇인가, 나의 정신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끈임 없이 해야 할 것이고 기록은 그러한 과정에 있어 좋은 협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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