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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1 15:2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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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DOVE] 애프터워크의 강자에겐 특별한 다이어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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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북아트에 관한 도구라면 없는 것이 없다. 책공방 북아트 센터의 김진섭 대표.
1,2 꼼꼼하고 정확한 확인과 어느 정도 신중한 태도도 필요하다.
3 마지막 스트랩 작업을 하기 전, 다이어리를 한데 모아 눌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4 다이어리 수업은 주중 저녁에 갖는 원데이 클래스로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5 정확한 확인과 어느 정도 신중한 태도도 필요하다. 가죽에 직접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도구도 있다.
[월간 DOVE]
애프터워크의 강자에겐 특별한 다이어리가 있다
글│한지희기자 사진│민희기
손수 만든 다이어리가 숙성되는 동안 학생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거리의 많은 인파를 뚫고 서둘러 도착한 ‘책 공방 북 아트센터’에서 그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낚았다. 재료는 같지만 저마다 ‘맛’이 다른 다이어리와 함께.
“책도 읽지 않는데, 무슨 책을 만들어?”라는 핀잔이 어색하지 않다. 펜보다 ‘프린트’가 더 익숙한 세대. 그들에게 책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선 이가 있으니 바로 ‘책 공방 북 아트센터’의 김진섭 대표다. 피식, 웃을 일이 아니다. 내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그의 기계들을 보면 없던 호기심도 절로 일기 시작한다. 종이를 자르는 절단기, 활판 인쇄기, 금박을 찍어주는 기계, 책을 눌러주는 기계, 잉크를 묻혀 사용하는 50년 된 동판, 롤러 등 책 만들기에 쓰이는 거라면 없는 것이 없다. 이 물건들 모두 수십 년 된 것으로, 그가 직접 어렵게 수소문해 모은 귀한 ‘명품’들이다.
12 년 동안 월간지 <쉬즈>, <신디더퍼키>에서 일한 그는 유럽 여행 중 책 만드는 작은 공방들을 직접 보면서 공방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국내 여행 중에 들른 칼국숫집 주방에서 다용도로 쓰던 책 프레스 기계를 발견하곤 통사정을 해서 구했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또 활판 인쇄술이 일찍 싹을 틔웠다가 서양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국내에 책 공방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민족적 자존심을 슬쩍 내비쳤다.
첫술에 배부른 일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가 처음 공방의 문을 연 2001년 당시, 책 공방은 시기상조였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뒤, 어른이 아닌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45인승 ‘책 만드는 버스’를 운영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교과서와 기성품만 보다가 직접 책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다음은 ‘어른’ 차례. 반응은 반반이다. “반응은 분산되어 있어요. 책 공방의 존재를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지만 생활이 바쁜 다수의 사람들에겐 책 공방은 관심 밖이죠.” 하지만 다 자란 성인에게도 ‘시즌’이란 것이 있다. 연말과 연초가 되면 꼭 한 권 마련하게 되는 다이어리. 그가 기획한 다이어리 프로그램이 직장인들을 책 공방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시계 바늘이 저녁 7시를 향하는 사이, 아주그룹 사원 예닐곱 명이 공방에 모인 이유도 바로 다이어리 때문이다.
다이어리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 자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실로 일일이 종이를 엮는 작업까지는 고난도라 초급 과정에서 뺐다. 그리하여 책상 위엔 2000년 전부터 전해오는 코덱스 작업으로 만들어진 무지 노트, 규격에 맞게 재단된 가죽, 북마크인 가름끈, 책등의 아래위에 붙이는 꽃천이 놓인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책인데도 책등, 책배, 가름끈, 꽃천과 같은 생소한 이름에 ‘학생’들의 집중도는 상상외로 높다. 또 금박으로 가죽에 로고를 찍는 작업도 ‘생전’ 처음. 어느 정도의 강도로 눌러 찍어야 하는지 가열된 기계의 손잡이를 잡은 학생의 표정엔 두려움 반, 기대 반인 기색이 역력하다. 완성될 자신의 다이어리가 밉상이길 원하는 이는 없지 않겠는가. 다이어리의 커버가 될 가죽 뒷면 둘레에 가름끈과 꽃천을 붙인 뒤 2밀리미터의 간격을 두고 풀칠을 하기 시작하는데, 컴퓨터 키보드 위에서라면 날아다닐 그들의 손이 무척 더디게 움직인다. 그만큼 작업 앞에서 모두가 신중하다. 역시 자신은 꼼꼼하다는 둥, 한 번쯤 애인을 이곳에 데리고 와서 성격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는 둥, 작업을 하며 툭툭 내뱉는 농담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나왔다. 무지 노트의 앞뒤를 가죽에 다 붙인 뒤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잠시 압착을 시키고, 모든 이들의 다이어리를 모아 프레스기로 누르는 과정에 이르렀다. “책도 숙성이 중요합니다. 책 틀이 온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눌러주는 것이죠.” 5~10분 충분히 압력을 준 후, 가죽 끈을 달았다. 실로 꿰매는 작업도 아니고, 별다른 접착제도 필요 없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매듭의 방식으로.
한 권이 완성되는 데엔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공방에서 만들 수 있는 수량은 30~40권 정도. 대량생산도 아니니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다이어리를 제작해볼 의향이 있거나 지인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 아니 부서 간의 친목 활동을 준비하는 이들은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 어느 세월에 그것을 하고 있느냐고? 그냥 버려지는 저녁 시간은 생각보다 많다.
Information
책공방 북아트센터
옛 인쇄소에서 쓰였던 오래된 기계들이 갖춰진 작은 책 공방이다. 북 아트센터에는 이론부터 코덱스 실습, 판화로 티셔츠 만들기, 미니 앨범 만들기 등 난이도가 다른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며, 지방에 사는 회원들을 고려해 정규 과정은 주말 2시부터 6시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8회 진행된다. 다이어리 워크숍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 강의비 없이 재료비 2만원만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문의 (02)516-2011, www.bookbus.co.kr
북 프레스 아카데미
1998년에 출발한 이곳은 현재 대한북아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나래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초급·중급·고급 과정이 있어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수업은 보통 주 1회 이뤄지며, 오전 또는 오후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다. 강의 시간은 2시간 30분, 수강료는 재료비를 포함해 35만원이다.
문의 (02)3478-5913, www.bookarts.pe.kr
아트북 프로젝트
스튜디오에 북 바인딩에 필요한 모든 장비들이 갖춰져 있어 바인딩 하나는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커리큘럼 내용을 살펴보면 참여하는 이들의 자아와 개별적인 생각을 통한 독창적인 작업을 배려하는 의도가 보인다. 각각 8회씩 이뤄지는 기본과 심화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
문의 www.artbook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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